알아 다음 장면을
그릴 수 있어
초점 없는 너의 시선이
말하고 있어
내게 이별을 말하는 너
가만히 너를 듣고 있는 나
내겐 처음인 그 장면이
우리의 마지막이 되겠지
머물던 벤치의 온도와
저물던 노을빛이
함께라 믿었던 모든 순간이
점점 사라지고 있어
너의 마른 입술이
멈춰 주기를
아무 말도 아무런 일도
없는 것처럼
내게 이별을 말하는 너
가만히 너를 듣고 있는 나
내겐 처음인 그 장면이
우리의 마지막이 되겠지
넌 이런 내가 보이지 않는 걸까
희미해진 너의 뒷모습 너머로
조각난 기억들을 애써 끌어안고
울먹이고 있을 내가
점점 멀어지고 있는 너
이렇게 무너지고 있는 나
우리의 마지막 장면에
나 혼자 남겨지게 되겠지
거닐던 거리의 어딘가
익숙한 향기 속에
함께라 믿었던 모든 순간이
점점 사라지고 있어
그리움만 남긴 채로
점점 사라지고 있어